EU 가입(2004년) 이후 수출 주도형 경제 발전을 통해 유럽 제조업 성장을 주도해 온 비셰그라드 4개국(V4: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이 유럽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재부상하며 신성장 산업의 수출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3일 발간한 ‘유럽 진출의 거점, 비셰그라드 4개국(V4) 수출 유망품목’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전자기기 제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V4 국가들은 팬데믹 이후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에 박차를 가하며 현지 수입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V4 국가 간 경제협력 역시 자동차부품 등 상품무역을 넘어 원전 건설, 방산 협력,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협력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V4 국가에서 최근 5년 동안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한국의 시장점유율이 우수한 7개 핵심 산업을 선별한 결과, 바이오헬스?로봇?에너지신산업?차세대반도체?항공우주?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과 함께 기존 주력산업 중에는 자동차부품이 포함됐다.
특히 산업용 용접기기 로봇, 초음파 영상진단기, 배터리 절연재(격리판), 항공기용 열교환기 등은 지속적인 성장과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V4 국가와 교역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비셰그라드 4개국 교역 규모는 261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년(2004~23년) 동안 양 지역간 교역 규모는 연평균 15% 증가하며 같은 기간 한국-EU 교역 성장세(연평균 6.3%)를 2배 이상 상회했다.
비셰그라드 4개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수도 확대되고 있다. 2023년 기준 V4 국가로 수출 중인 국내 기업은 5871개사로 2019년(5018개사) 대비 약 17%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홍지상 공급망분석팀장은 “원전, 무기체계 공동 개발, 공급망 안정화, 지역 안보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가 격상되고 있다”면서 “V4 국가와 경제협력 및 교역구조를 고도화하고 포괄적 경제협력 기반의 통상 협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12일 미국 뉴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코리아소사이어티,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와 공동으로 ‘美 대선과 한미 경제협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의 대미 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미국의 대외 수출 확대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미국의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첨단산업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날로 복잡해지는 글로벌 지정학적 이해관계와 미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한미 양국은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박(David Park) 아놀드 앤 포터(Arnold & Porter)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의 자국 중심적 무역 제한 조치와 산업정책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정책영향에 대해 미리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