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는 자원이 풍부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FTA가 아닌 EPA 추진 및 신흥 경제 권역에 무역, 투자, 공급망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23개국과 체결된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확대해나간다고 밝혔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통상정책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정책 로드맵에는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통상정책 로드맵을 알기 쉬운 말로 바꿔 써봤다.
◆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한때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북반구의 선진국들, 즉 '글로벌 노스'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란 기존 제3세계, 개발도상국 등으로 불리던 국가들의 새로운 분류로, 북반구 고위도에 위치한 선진국을 칭하는 ‘글로벌 노스’와 대비해 남반구 및 북반구 저위도에 분포한 나라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사우스는 전세계 인구의 약 62.8%,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4%를 차지히고 있다.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대부분의 120여 나라가 글로벌 사우스에 포함된다. 한국과 일본,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60여 국은 글로벌 노스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의 수출은 ?23년 기준 1,865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9.5%를 차지했다. 규모면에서는 10년전 1,800억 달러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비중은 10년전에 비해 –2.7%p 감소하였다.
정부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와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중앙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 등 다자 플랫폼을 활용해 경제·산업 협력을 강화한다.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성과와 향후 협력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역사적 한국과 아프리카가 동반성장 파트너로서 장기적·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48개국은 △동반성장(교역·투자 확대 등) △지속가능성(기후변화 대응 협력, 식량안보 역량 강화 등) △연대(아프리카 평화 기반 구축 등) 등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EPA 경제동반자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은 글로벌 통상연대 강화와 수출시장 확대, 핵심광물 등 공급망 강화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은 신흥국가들과 폭넓은 협력에 초첨을 맞춘 통상협정이다. 일반적으로 낮은 수준의 FTA로 인식된다.
정부는 핵심광물자원·성장잠재력이 큰 아시아·아프리카 등 주요 거점국과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고 인근 미개척 국가로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첨단산업 핵심 자원 부국인 몽골을 EPA 우선 대상국으로 선정하고 협상을 면밀히 준비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각)부터 4일 동안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한-몽골 경제동반자협정(EPA) 제3차 공식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로에서 열린 한-몽골 EPA 제2차 공식협상 개회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몽골은 몰리브덴 생산량 세계 9위 국가이며, 주석, 니켈 등 희소금속을 보유하고 있다.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도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자원 부국'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몽골을 비롯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과의 EPA 협상으로 서남아 통상벨트를 구축하는 한편, 탄자니아·모로코 등과 EPA 협상을 추진해 아프리카 협력 기반도 마련한다.
◆TIPF 우리 정부는 TIPF(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rade and Investment Promotion Framework)를 통해 경제영토 확장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TIPF는 시장 개방, 관세 철폐가 핵심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TIPF는 관세 인하 등 시장개방은 아예 다루지 않는 일종의 MOU(업무 협약)이다.
TIPF는 MOU인 만큼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국회 비준동의도 필요없는 새로운 통상협정으로 서명과 동시에 발효된다. 협상 기간이 짧아 빠른 시간에 확대가 가능하단 것이 최대 장점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파라과이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체결식에서 하비에르 히메네스 파라과이 산업통상부 장관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지난달 파라과이까지 24개국과 서명했다. 지금까지 산업부가 체결한 TIPF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우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유형이다. 한국 정부는 UAE, 바레인,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와 TIPF를 먼저 체결한 후 FTA에 정식 서명했다.
두 번째는 통상 채널이 없었던 국가들과 ‘맞춤형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유형으로, 대표적인 것이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과의 TIPF 체결이다. 글로벌 경제영토 확장을 위해 자원과 인구가 풍부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과의 TIPF를 체결했다.
마지막으로 경제협력 채널 복원하고 강화하는 유형으로, 비정기적인 정부간 대화 채널을 장관급이나 실무급에서 정례화·상시화 하는 게 핵심이다.
실무급에서는 상시 채널을 가동하고, 연간 단위로 장관급 회담을 열어 실질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40개국까지 늘릴 계획이다. 추석 연휴 직후인 19~22일 이뤄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Official Visit)을 계기로 한국이 체코와 25번째 TIPF를 체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