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 맺어진 관세협상에 눈에 보이지 않는 합의 내용이 드러나면서 미·일의 간사한 꼼수가 들통났다.
120년 전,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기 전 1905년 7월 일본의 총리 가쓰라 다로와 미국의 육군장관 태프트는 '미국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승인하고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승인한다'는 내용의 '가쓰라 · 태프트 비밀협약'으로 조선과 필리핀을 나눠먹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본 무역 협상 수석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면담 뒤 기념 사진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렸다.
역사는 반복된다. 오늘날에도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제2 IMF 덫에 빠트리려 했다. 아카자와 류세이 경제재생상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미국에 실제로 투자하기로 한 현금은 5,500억 달러의 1~2%만 실제 현금이며 나머지는 대출이나 보증 형태다"라고 폭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다음 발언이었다. "미국은 보증이나 대출에 관심조차 없다. MOU 형식의 합의이며 지킬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곧 미국이 발표한 5,500억 달러 투자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는 의미였다.
앞서 미국 상무부의 러트닉 장관은 일본과의 관세협상 타결을 발표하면서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일본이 약 767조원, 즉 5,500억 달러를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투자처 검토는 미 상무부 장관인 러트닉이 직접 의원장을 맡고, 투자위원회는 100% 미국인으로 구성되며, 이익금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는 조건이었다. 일본은 별도의 협의위원회를 통해 조언만 할 수 있을 뿐, 투자 결정과 집행은 전적으로 미국 측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러트닉 장관은 이 투자가 '캐피털 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 투자처가 필요할 때마다 일본에 돈을 내라고 요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기 때문에 일본은 반드시 납입해야 하며,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은 다시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본이 엄청난 손해를 보는 거래처럼 보였다.
일본 장관이 폭로를 한 이유는 미국이 제멋대로 과장된 내용을 발표하면서 일본 경제재생상이 정치적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과 의원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실상을 폭로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에는 실제로 거의 돈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한국에만 자동차 관세 25%를 부과하고 일본은 15%로 낮춰주면서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미국의 의도는 명확했다. "일본도 5,500억 달러를 냈는데 한국은 왜 안 되느냐"는 논리로 한국을 압박하려 했던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통상협의
러트닉 장관은 한국에 외환보유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3,500억 달러(약 490조원)를 선불로 입금하라고 요구했으며, 심지어 45일 이내에 이행하라는 황당한 조건까지 제시했다.
약 49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한 달 반 만에 내라는 것은 사실상 한국 경제를 제2의 IMF 위기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나 다름없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강하게 맞섰다. "한국을 밟으려다가 당신들 발이 뚫린다"는 표현까지 쓰며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끝까지 서명하지 않고 버틴 것이 지금으로선 '신의 한수'였다.
현재 한국 정부가 제시한 수정안에는 3,500억 달러의 5% 정도인 약 170억 달러만 현금으로 투자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전문가들은 수정안을 2%인 약 70억 달러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 '파이브 아이즈'.
한국은 미국과의 혈맹으로 불리는 동맹국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발표되면서 미국의 ‘등급별 동맹 체계’는 한국에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들었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로 이루어진 최고수준의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FVEY)'는 군사 기밀 전면 공유, 투자 심사 면제, 낮은 관세, 금융 우대 조건 등 광범위한 특혜를 향유한다.
반면 한국은 2등급으로 정보 접근이 제한되고,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할 때도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다.
안보와 방위비 분담에서는 가장 신실한 동맹으로 불리지만, 군사 정보 공유에서도 절반만 허용되고, 경제 분야는 차별적인 조건이 부여되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은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동맹이면서도,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적 설계 속에서 ‘편리할 때는 쓰고 불리할 때는 제한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내 7번째 투자국으로 22곳의 공장을 건설할 정도로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동맹과 전략적 협력의 이름으로 불평등한 조건을 강요받는 상황은 동맹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지속될 경우, 70년 동맹 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