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 남성이 공무집행방해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주거 침입이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 8월 28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 상고심(2024도10054)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3년 8월, 당시 A씨의 여자친구였던 B씨는 “교제 중인 남성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4명은 집 안에 있던 A씨를 여러 차례 불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경찰은 A씨가 자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관문을 통해 집 안으로 진입했고 베란다에 있던 A씨가 쇠파이프를 경찰을 향해 휘둘렀다.
검찰은 A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성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성폭행 혐의는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금전 요구 정황이 확인돼 1심부터 무죄가 선고됐다. 문제가 된 것은 특수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였다.
1심은 경찰의 진입을 적법한 직무로 인정했다. “신고자의 진술을 확인한 뒤 여러 차례 불렀음에도 반응이 없었고,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피고인의 상태 확인하고 보호 조치에 나선 것은 긴급 조치로 볼 수 있다”며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여성이 자해 위험을 언급하지 않았고, 범행이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새롭게 생명·신체에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의 진입이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에 규정된 ‘생명·신체의 급박한 위험 방지’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경찰의 진입이 사실상 ‘성범죄 사실 확인’을 위한 수사 목적이 섞여 있었다는 점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에 동의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지 않으며, 특수공무집행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결국 A씨는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지만, 그 행위의 전제가 된 경찰의 주거 진입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