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고성능 생성형 AI 모델이 전세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첨단 기술을 대표하는 AI 영역에서까지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의 공습이 세계 시가총액 최대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의 시총을 하룻만에 6000억달러 가까이 증발시킨 것이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일으킨 ‘차이나 쇼크(China Shock)’다.
시진핑(두 번째 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동시에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피크 차이나(Peak China)’ 우려에 직면해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중국 경제 위기론이 가시지 않는다.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대표적이다.
솔과학 출판사의 신간 ‘두 얼굴의 중국 경제…피크 차이나 VS 차이나 쇼크’는 중국 경제의 양면성을 집중 조명했다.
피크 차이나는 중국 경제가 이미 정점에 올라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어려워진 약해진 모습을, 차이나 쇼크는 미국은 물론 세계 산업에 타격을 줄 정도로 강해지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처럼 엇갈린 시각은 독자들에게 중국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특정 입장에 치우치기보다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두 얼굴의 중국 경제…피크 차이나 VS 차이나 쇼크’, 오광진 지음. 솔과학 출판사 제공
특히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미중 갈등 심화가 예고되는 시점에 현재의 중국의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미중 갈등의 향방을 점치는 데도 중요하다.
저자는 시진핑의 격노를 불러온 중국 경제학자의 최근 에피소드부터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의 미중 기업 숫자 변화와 같은 데이터, 10년 전 세계 31위 자동차 기업에서 지난해 ‘자동차 원조 기업’으로 통하는 미국의 포드를 제치고 세계 7위로 우뚝 선 것으로 추정되는 비야디(BYD) 등의 사례를 동원해 중국 경제의 두 얼굴을 들여다본다.
유명 경제학자 피셔, 민스키, 킨들버거의 위기 관련 이론을 기반으로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도 점검한다. 아울러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TFP)과 같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주요 요소를 통해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 역사와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현실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중국 민영기업의 억제로 이어진 정부의 강력한 통제 경제 시스템이 과거 소련식 경제모델로의 회귀를 떠올리게 한다는 중국 경제학자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현재 중국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삼성과 LG를 제치고 세계 최대 LCD패널 업체를 일궈 중국 LCD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 인생 2막을 반도체 굴기에 성공적으로 나선 사례나, 역경을 기회로 바꾸는 중국의 화웨이의 리더십, 배터리 패권을 넘어 전기차 생태계 장악에 나선 CATL의 사례 연구 등도 읽을거리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점령했을 경우 대만 TSMC 운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사례로 세계 최대 광학 렌즈 업체 독일 자이스의 역사를 소개했다. 자이스는 2차 세계대전 종전 때 옛 소련과 미국에 의해 쪼개진 아픔을 안고 있다.
저자는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도 “약한 중국이나 강한 중국의 한 측면만을 보기보다 달라진 중국의 전체 모습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중국 경제를 넘어 중국 사회 전체를 파악하려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