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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피해자 괴롭히던 '기습·먹튀 공탁' 막는다

관리자 2025-02-04 10:56:37

감형 노린 선고 직전 공탁 경계
17일부터 피해자의견 의무 청취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조씨. 피해자 동의 없이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축구선수 황씨.

'압구정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건' 가해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염씨. 모두 선고를 앞두고 '기습공탁' 논란을 일으켰다.





과천 법무부 청사.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선고 직전 ‘기습 공탁’을 통해 감형받는 사례를 막기 위해 공탁 시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17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은 형사 공탁의 악용사례를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판결선고가 임박한 시점에서 가해자가 형사공탁했을 때 법원이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고, 가해자가 감형받은 뒤 몰래 공탁금을 원칙적으로 회수해갈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형사공탁은 형사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을 때 양형 참작을 위해 합의금 명목의 금전을 공탁하는 것이다.

다만 형사공탁이 피고인의 의사에 반해 기습적으로 이뤄지거나, 형사공탁으로 감형을 받은 피고인이 수령 거부된 공탁금을 회수(먹튀공탁)해 가는 등 제도 악용 사례가 나타났다.

공탁으로 감형받은 뒤 공탁금을 몰래 회수하는 이른바 '먹튀 공탁' 규모가 10년간 1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법원행정처



공탁금 철회(회수) 현황과 법원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 9월까지 공탁금 철회(회수) 금액은 총 17조 9576억 원에 달한다. 회수 건수는 총 54만 654건이다.

이에 피고인 등의 형사공탁금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의 경우 유족의 의사를 묻도록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94조의5는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필요한 금전을 공탁한 경우, 판결을 선고하기 전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피해자 사망시 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를 포함)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견을 청취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면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이 붙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입법예고한 대법원 규칙(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3)에서는 의견을 듣는 경우 검사 또는 피해자 변호사에게 의견조회서를 교부 또는 송부해 의견조회서를 제출받거나 서면·전화·전자우편·모사전송·휴대전화 문자전송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의견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등이 이미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의 공탁에 관해 의사를 진술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없는 경우 △의견 청취로 공판절차가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피공탁자(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없는 등의 사유로 의견을 듣기 곤란한 경우 △그밖에 심리나 절차 진행의 상황 등에 비춰 피해자 등의 의견을 듣기 곤란한 경우에는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공탁법 제9조의2



법조에서는 이 개정안의 시행으로 피해자의 재판 참여권이 확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기습 공탁’을 통한 형량 감경을 막을 수 있고, 선고 이후 다시 회수하는 ‘먹튀 공탁’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해자 의견 청취 의무가 생긴다면 공탁 관련 문제로 거론된 기습 공탁이나 먹튀 공탁을 막을 수 있고, 피해자 보호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예외 조항을 통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