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한명회 묘역(왼쪽 첫 번째)과 광릉세조왕릉(왼쪽 두, 세번째) 네이버 지도에 올라온 리뷰들. [사진=네이버 지도]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는 계유정난으로 왕위에서 물러난 이홍위(박지훈 분)가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조의 책사인 한명회(유지태 분)와 유배지에서 이홍위와 가까워져 훗날 그의 시신을 수습하는 마을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5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959만 명으로, 이번 주말이면 무난히 1000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도 모처럼 가족들과 영화관을 찾아 ‘왕과 사는 남자’를 관람했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 영화 사업이 죽었다지만, 그래도 종종 영화관을 방문하곤 했다. 팬더믹 이후의 영화관은 썰렁했다. 영화표를 확인하는 직원도 없이 자율 입장을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마치 대관한 듯 우리 일행만 영화를 본 적도 있었다.
‘왕과 사는 남자’를 보러 온 날은 달랐다. 타임머신을 타고 코로나 팬더믹 이전으로 온 것만 같았다. 영화관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팝콘향도 달콤히 풍겨왔다. ‘맞아. 영화관이 원래 이랬었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만연해진 세상이다. 언제 어디서든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보기 보다 혼자 보는 경우도 늘었다. 오랜만에 여러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니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경험이 됐다. 재밌는 장면에선 함께 울고, 슬픈 장면에선 함께 흐느꼈다. 영화가 끝나고 함께 본 가족들과 도란도란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함께 보는 영화의 매력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보내준 타임머신은 또 다른 시간과 겹쳐졌다.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현세대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져서다.
영화관에 관객으로 들어갔다가 단종의 백성이 되어 나온다는 말이 생겼다. 그만큼 어린 왕에 슬픈 죽음과 그를 그렇게 만든 세조와 한명회에 대한 원망이 크다는 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500년도 더 지난 단종의 죽음에 가슴아파하며 광릉세조왕릉과 한명회 묘역에 그들을 비판하는 리뷰가 쏟아지고 있다.
비난받아 마땅한 일은 역사로 기록되어 시간이 지나서도 비난을 받는다. 세조와 한명회는 500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자신들을 향한 백성들의 비판이 이어질 줄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