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을 부풀려 채용됐다는 이유로 이미 지급한 급여를 돌려달라는 변호사 사무실 대표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경력 기재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제공된 노무의 대가로 지급된 급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최누림 부장판사)는 10월 17일, 변호사 사무실 대표 A 씨가 소속 변호사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내용의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2025가합10287).
A 씨는 B 씨가 자신의 경력을 과장해 기재한 사실을 문제 삼아,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했다. 아울러 예비적으로는 “실제 경력이 최대 5년 수준이었다면 세전 월 700만 원의 급여를 지급했을 것”이라며, 경력 기망으로 인해 과다 지급됐다며 약 2000만 원의 급여를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B 씨의 경력 기재가 주요 부분에서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채용 당시 급여 수준이 현저히 과도했다고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무실의 채용 공고에 ‘2년 이상 경력 변호사’에게 ‘세전 월 800만 원’의 급여를 제시하면서 ‘경력에 따라 협상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B 씨의 실제 경력이 5년 남짓에 불과하더라도, 세전 월 900만 원대 급여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근로계약 체결 당시 A 씨가 세부적인 경력 연수에 비례해 급여를 산정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설령 기망을 전제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A 씨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근로계약을 기망을 이유로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급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의 기망 행위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 데다, 설령 기망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이미 이루어진 노무 제공의 효과까지 소급해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노무 제공을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모두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며, 이미 제공된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급여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