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패키지가 상원을 통과한 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존 바라소 상원의원,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과 함께 기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사진=Getty Images)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초대형 세금·지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미국 전역의 가계와 지역사회, 각계 각층에 걸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감세 정책을 영구화하고 국경 장벽 건설에 대규모 예산을 배정하는 동시에, 식량과 건강보험을 뒷받침해온 사회안전망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법안이 27시간 표결 마라톤 끝에 가장 큰 산으로 생각했던 상원 문턱을 넘으면서 미국전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외신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CNN에 따르면, 가장 즉각적이고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집단은 메디케이드 수급자다. 만 19세에서 64세 사이의 건강한 성인은 앞으로 월 80시간 이상의 노동, 자원봉사, 학업 또는 직업훈련을 이수해야 의료 혜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14세 이상 자녀를 둔 부모 역시 예외가 아니다.
또한, 일부 진료에는 최대 35달러까지 본인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고, 자격 심사도 더 자주 이뤄진다. 연방정부의 지원이 줄어드는 만큼, 각 주정부가 특정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가입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이로 인해 2034년까지 약 1,200만 명이 의료보장을 잃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인 SNAP(푸드스탬프)도 타격을 입는다. 근로 요건이 55세~64세 수급자, 14세 이상 자녀를 둔 부모, 군복무 경험자, 전 보육원 출신자, 노숙인 등으로 확대되며, 일부 주는 사상 처음으로 급여 비용과 행정 비용을 함께 부담하게 된다.
자격 기준이 강화되거나, 프로그램 운영 자체를 중단하는 주도 생길 수 있다. 미래의 혜택 증가율 또한 제한된다.
건강보험 개혁법(오바마케어) 하의 보험 가입자들 역시 새로운 장벽에 직면할 수 있다. 가입 절차가 복잡해지고, 자동 재가입 기능도 사실상 폐지된다.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이 보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안의 파장은 메디케이드나 SNAP 같은 복지 혜택을 받지 않는 국민들에게도 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
의료기관들은 연방 지원 축소로 인해 진료 범위 축소, 인력 감축, 심지어는 폐쇄까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저소득층 소비자 의존도가 높은 식료품 소매점도 푸드스탬프 축소에 따라 매출 감소, 일자리 축소, 지역경제 위축에 직면할 수 있다.
각 주정부는 부족한 연방 예산을 자체 재정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는 교육, 인프라, 보건 등 타 분야 예산까지 줄어들게 만들 수 있다. 병원 등에 부과 가능한 세금이 제한되는 동시에, SNAP 운영 관련 행정 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개인 납세자에게는 감세 연장이 적용된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소득세 감면 혜택은 이번 법안으로 인해 대부분 영구화되며, 자녀 세액공제는 2,000달러에서 2,200달러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처럼 기존에 적용 중이던 조치가 연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납세자에게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자녀가 있는 중산층 가구나 일부 고소득자에게는 주 및 지방세 공제 상한 완화 등의 효과가 다소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층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표준공제가 6,000달러 추가되며, 일정 소득 이상부터는 그 혜택이 줄어든다. 그러나 메디케이드에 의존해 온 저소득 노인은 보조 혜택 축소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연방 학자금 대출 제도는 한층 엄격해진다. 대학원생과 부모가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한이 새로 설정되고, 유예 및 탕감 프로그램은 축소된다. 파트타임 학생에 대한 대출 기회도 제한될 전망이다.
반면, 사립 명문대학은 대폭적인 세금 인상에 직면하게 된다. 학생 1인당 기부금이 200만 달러를 초과하는 대학은 기존 1.4%의 기부금 수익세 대신 최대 8%를 부담하게 된다.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MIT 등이 대상이다.
자동차 구매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조건에 따라 엇갈린다. 미국산 차량을 대출로 구매하면 최대 1만 달러까지 이자 소득 공제가 가능하다. 반면, 전기차(EV) 구매 시 적용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는 9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신생아에게도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2025년부터 2028년 사이에 태어난 아기에게는 정부가 1,000달러를 투자형 계좌에 지급하며, 부모는 매년 5,000달러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다. 해당 계좌는 18세 전까지 인출이 불가능하고, ‘트럼프 계좌’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비스업 종사자 등 팁이나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한시적 감세가 적용된다. 팁은 최대 2만5천 달러, 초과근무 수당은 최대 1만2,500달러까지 세금에서 공제된다. 단, 고소득자(2025년 기준 16만 달러 이상)는 제외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역풍이 불 수 있다. 태양광 및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 혜택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져 2027년 종료된다.
이민자에 대한 연방 복지 혜택 자격도 크게 제한된다. 난민, 성폭력 피해자 등 보호 대상자 일부가 자격을 상실하고, 이민 관련 수수료 및 법원 접수 비용은 전반적으로 인상된다.
이번 법안은 고소득층에게 더 유리한 감세 구조를 가진다. 조세정책센터 분석에 따르면, 전체 감세 혜택의 60%가 연소득 21만7천 달러 이상인 상위 20%에게 돌아간다.
이들 상위20%는 평균 1만2,500달러를 절감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평균 150달러의 감세에 그친다. 메디케이드와 SNAP 축소 효과를 반영하면,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모든 재정 조치는 국가 재정에도 여파를 미친다. 의회예산국은 이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적자를 3.3조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은 ‘회계 기법’ 등을 활용해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총 36조 달러에 이르는 국가 부채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무한도는 5조 달러 추가 상향되며, 이에 따른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이자 등 민간의 금융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확보하지 못했던 국경 장벽 예산은 이번에 포함됐다. 장벽 건설에는 465억 달러, 불법 이민자 구금에는 450억 달러가 배정돼 트럼프의 대표 공약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한편, 해당 법안이 오늘 하원에서 예정된 표결을 거쳐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통해 정식 법률로 확정되고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오는 4일까지 이 법안을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